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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끄적끄적/2024 남해 (07.28 ~ 07.29)

남해 여행 (24. 07. 28 ~ 24. 07. 29)

by 블로블로글 2024. 7. 31.

약 한 달 전부터 친구들과 기획했던 무계획 무지성 랜덤 여행 전 날이였다.

분명 일요일 새벽 출발까지는 합의가 되어있었는데 출발하는 날 정각까지도 이상하리만큼 단톡 방이 조용했다.

토요일 저녁 10시쯤부턴 문득 불안해져서 애들한테 급하게 전화를 돌렸고, 겨우겨우 디코에서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랜덤이였다.

여행지도 각자 한가지씩 가고 싶은 곳을 비밀로 정하고, 가기 직전에 사다리 타기로 정하는 방식이였다.

서로 가고 싶은 곳을 하나씩 말하는데 진짜 무등산은 듣는데 정신이 아찔했다. 원용아 제발...

그래도 다행히 지원이가 정해온 그나마 무난한 다랭이 마을이 당첨됐다.

처음엔 무슨 비키니 시티에 있는 다람이가 모인 곳인가 했는데, 남해에 있는 계단식 논과 멋진 풍경으로 유명한 마을이었다.

지원이한텐 이런 곳은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니, 일하다 선물 받아서 먹은 남해 유자 빼빼로에 써 있는 다랭이 마을을 보고 정했다하는데, 어이가 없었다. ㅋㅋ

 

일단은 목적지는 정해졌으니 부랴부랴 ktx와 렌트카, 숙소를 예약했다.

모두 끝나고 나니 시간은 새벽 3시... 기차는 7시 4분... 적어도 5시까진 일어나야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일단 이미 전 날에 밤을 샌 상황이라 부랴부랴 잠자리에 들었다.

여행 전 날인데 잠 좀 자 제발...

아침에 일어나 카톡을 보니... ㅋㅋㅋ 얘네 안잤다 ㅋㅋㅋㅋㅋ

 

뭐 일단 씻고 가방을 챙겼다. 그리고 집을 나서기 전 에어비엔비 숙소 예약이 제대로 진행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앱을 키고 들어갔다.

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씨... 혹시 모른다 생각은 했지만 진짜로 숙소가 취소가 되었다.

어쩐지 결제를 해도 바로 수락이 안뜨더라... 일단은 어쩔수 없다 생각하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창문 잡고 오게 하려다 봐줌...

서울역에서 지원이랑 도시락 뭐 사서 가지 고민하고 있는데 온 원용이의 카톡...

원래 7시 4분 기차였지만, 결국 취소하고 7시 40분 기차를 타고 갔다.

이럴 줄 알았음 좀 더 잘걸...

 

ㅋㅋㅋㅋㅋㅋ 뭐 제대로 된게 없다는 생각을 뒤로 하고 기차를 탔다.

그래도 타니까 신이 나긴 했다.

 

급하게 짠 계획

기차에서 잠이 안와서 멍 때리던 도중 갑자기 다랭이 마을 빼곤 아무런 계획이 없다는 사실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두 명 다 자고있는 것 같아서 빠르게 혼자서라도 핸드폰 들고 즉석으로 계획을 세웠다.

알아보니, 남해는 먹거리보단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보며 힐링하는 것이 유명했다.

그래서 최대한 해안 도로를 따라서 움직일 수 있는 경로로 계획을 세웠다.

 

계획을 세우고 같이 잠을 못잔 지원이랑 계획을 수정하고 숙소를 정하다보니 순천역에 도착했다.

일단 신나서 사진 한장 찍고 커피를 사들고 렌트해 둔 차로 향했다.

 

 

남해의 풍경은 정말 이뻤다.

물론 엄청나게 덥긴했지만 맑은 하늘과 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 고즈넉한 시골의 풍경이 너무 조화롭게 보였다.

다들 전 날에 일하고 잠도 얼마 못자고 온 상태였는데도 힘이 절로 생기는 풍경이였다.

 

섬이 정원 입구

그렇게 바쁘게 길을 달려 향한 첫번째 목적지는 섬이정원이였다.

입장료는 인당 5천원이었는데,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은 장소였다.

 

위치가 다랭이 마을에 가는 곳에 있었고, 날씨가 무더웠음에도

그늘이 꽤 있어서 쾌적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여름이여서 나무들과 꽃의 생기가 정말 싱그러웠다. 분수, 호수, 조그마한 쉼터들이 곳곳에 위치해있었는데, 여러 꽃들이 다채롭게 어우러져있어서 정말 아름다웠다. 멀리 보이는 남해의 풍경도 일품이였다. 둘러보면서 각자 사진도 찍고, 여유로움을 느끼고 다음 장소인 다랭이 마을로 향했다.

 

기습 v-log

심심하면 나오는 원용이의 gta타령과 기습 운전강의를 듣다보니 섬이 정원에서 대략 2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다랭이 마을에 도착했다.

 

좋은 날씨 덕분인지 다랭이 마을의 계단식 논과 바다, 마을이 정말 아름다웠다.

역시 이번 여행을 오게된 계기였다.

위에서만 보긴 아쉬우니 아래로 내려가 밥도 먹고, 숙소도 정하기로 했다.

 

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갔는데, 올라올 떄가 너무 무서웠다. 경사도 급하고, 그늘도 없었다.

엄청나게 내리쬐는 햇빛과 열기에 지친 상태로 음식집에 들어가 식사를 했다.

 

남해에서 유명한 음식은 멸치 쌈밥이라고 들어서 멸치 쌈밥 3인분, 멸치 물회, 멍게 비빔밥, 단호박 식혜를 시켰다.

솔직한 후기로는 음... 우리 입맛엔 잘 안맞았다. 그래서 그냥 부랴부랴 식사를 마무리하고 숙소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런 저런 조건 따지다가 그냥 일정의 마지막인 독일마을 근처에 숙소를 잡고 독일 마을에 가서 맥주도 실컷 마시고 숙소에서 또 밤 새 술이나 먹자고 결정되어서 독일 마을 근처에 가장 저렴한 숙소를 잡았다.

 

그리고 지옥의 오르막 등반이 시작되었다. 가뜩이나 방금 밥을 먹어서 배도 부른데, 무슨 에베레스트 마냥 가파르게 솟아있는 오르막 길을 보니 숨이 턱 막혔다. 

 

땅만 보면서 가던 중 문득 앞을 보니...

헥헥 거리며 땅을 보며 어떻게든 올라가던 도중 문득 앞을 보니 둘이 이미 저만치 멀리 가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던 중 원용이가 죽어가는 나를 발견하고, 훈련소 조교하던 짬으로 같이 도와주면서 갔는데, 너무 고마웠다.


그렇게 겨우겨우 죽기 직전에 주차장에 도착해서 차에 탔는데, 차가 아니라 오븐이였다.

타자마자 오븐에서 구워지는 고기의 느낌이 어떨지 알아버렸다.

시트부터 시작해서 안뜨거운게 없었다.

밖으로 나가면 지옥이였고 차 안은 오븐이었다.

일단 에어컨을 트고 창문 열고 어찌어찌 환기한 뒤에 겨우 출발할 수 있었다. 진짜 죽을 뻔 했다.

 

셋 모두 잠도 제대로 못잔 상테에 더위까지 더해지니 너무 지쳐버렸다. 다음 일정은 산 위에 있는 보리암이였으나 취소하고 바로 해수욕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바다에서 이 열기를 조금이라도 씻어내야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차에서 기절하고 일어나니 해수욕장 근처 하나로마트에 도착해있었다. 수건 하나씩과 물 1리터를 사고,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차에서 대충 준비해온 옷으로 갈아입고, 바로 입수했다.

욕설 주의..

처음에 옷 준비 못했다고 바다에 안들어간다 튕기던 지원이도 그냥 웃통 벗고 한 번 들어가더니 나올 생각을 안했다 ㅋㅋㅋ

유독 파도가 엄청나게 크고 많이 들이쳤는데, 진짜 너무 재밌었다. 그러다보니 튜브 대여가 너무 너무 하고싶어졌다.

그래서 애들한테 말하고 빌리려는데, 둘 다 돈 아깝게 왜 빌리냐 그러길래 그냥 사비로 빌려서 가지고 들어갔다.

 

돈 아깝다 해놓고 세상 편한 포즈로 즐기는 원용쿤..

막상 튜브 들고가서 노니까 지들이 더 신나서 튜브가지고 별에별걸 다하는데... 머리 속으로 술자리의 황도가 스쳐지나갔다.

맨날 시킬 때마다 욕 먹지만 막상 시키고 보면 다들 한입씩 하다 국물까지 사라지는 황도...

아... 바다의 황도가 튜브였나... 혼자 생각했다. 뭐.. 악역은 익숙하니까ㅏ...

 

뭐 암튼 정신 없이 놀다보니 거의 3시간을 가까이 놀게되었고 샤워하고 해수욕장을 나오니 6시가 조금 넘어있었다.

 

원래 가려던 휴양림, 보리암은 도저히 시간이 애매해져서서 바로 숙소로 향한 뒤에 짐을 풀고 저녁에 먹을 술과 안주를 사러 갔다.

 

그렇게 근처 하나로마트에서 술과 안주를 산 뒤에 숙소에 넣어두고 독일 마을로 향했다.

딱히 풍경을 보러간 것은 아니였고, 맥주와 슈바인 학센, 소시지를 먹는 것이 목표였다.

셋 다 힘들어서 밥만 먹고 오느라고 사진이 없다...

진짜 기가 막힌 맛이였다. 특히 슈바인 학센은 진짜 맛있었다. 바삭한 껍질과 육즙이 넘치는 살코기가 진짜 예술이였다.

느끼해질 때 쯤 시원한 생맥주를 넘길 땐 진짜 여기가 독일인지, 한국인지, 천국인지 모를정도로 진짜 행복했다.

소시지는 첫 인상은 솔직히 별로였는데, 먹다보니 양도 진짜 많고 맛도 너무 좋았다. 올 해 10월 말에 맥주 축제하낟고 여기저기 광고 현수막이 붙어있었는데, 진짜 맥주랑 슈바인 학센 먹으러 10월에 다시 오고 싶을 정도였다.

 

먹고 나오니 9시가 조금 넘어있었는데, 셋다 어디 돌아다니기엔 너무 힘들고, 시간도 애매해서 그냥 숙소에서 사둔 술과 먹을 것을 먹고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이 땐 진짜 셋 다 너무 지쳐서 사진도 찍을 생각도 못했다. ㅋㅋㅋㅋㅋ

 

아무튼 숙소에 도착해서 교대로 샤워를 하는데, 각자 씻는 동안 자고, 다 씻고 나온 애가 자고 있는 애 깨우고 ㅋㅋㅋㅋㅋ 그냥 다들 침대에 머리만 대면 혼절했다.

 

겨우겨우 모두 씻고 나와서 잠을 깬 뒤에 맥주랑 과자, 라면을 먹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서울로 돌아가는 ktx안에서 다들 폰만 보길래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번 여행도 꽤나 만족스러웠다.

최근에 맨날 이것저것 치여서 살고있었는데, 차와 기차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생각 정리도 많이하고,

심심하면 애들한테 장난도 치면서 느긋하고 즐거운 시간을 제대로 보내고 온 것 같다.

 

같이 여행을 다닌지도 벌써 몇년 째라 셋이 다니는 여행도 조금은 뻔해지고 있었다.

몇 주 혹은 몇 일전부터 이것저것 다 계획 세우고 거기에 맞춰서 다니는 여행, 조금은 질려있었다.

가평, 제주도 펜션 빌리고 카페나 가서 커피 먹고, 밥 대충 고기 구워먹고, 뻔한 동선... 뻔한 일정...

 

그래서인지 셋 다 최근 여행할 때마다 하던 이야기가 "스무 살에 처음 셋이서 갔던 무계획 제주도 여행이 너무 그립다" 였다.

 

그래서 이번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보통보다 더 즉흥적이고 계획이 없었던 것 같다.

숙소도 당일 날에 겨우 잡고, 어디 갈 지 기차에서 부랴부랴 정하고 그냥 흘러가는데로 다녔다.

물론 이번 여행이 스무살 때 처음 갔던 제주도 여행만큼 돌발상황이 많고, 계획도 차도 없는 여행은 아니였다.

셋 다 그동안 여행도 많이 다니면서 계획 세우는 노하우도 쌓이고, 운전도 할 줄 알게되었고, 변한 점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기차 놓치고, 숙소 취소되고, 독일 마을 옆에 있는 줄 알았던 숙소가 알고 보니까 산을 하나 끼고 있어서 걸어서 가려면 산을 넘어야했었다는 점 등등 조금 어지러운 상황이 좀 있었지만 그 상황을 같이 헤쳐나가는게 너무 즐거웠다. 

 

짧지만 좋은 여행이였다. 고맙다 지원아 원용아!